우리사회의 자화상, 건축물 이책어땠어?

<건축, 우리의 자화상>


임석재 著, 출판사 : 인물과 사상사


    서울 시내로 나서보자. 강남의 테헤란로를 지나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나 볼법한 고층빌딩의 숲을 보며 탄성을 내뱉는다. 유명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서양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보고 마치 세계 유수의 대학 캠퍼스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궁전, 성이란 이름을 가진 초고층 아파트를 보며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에 괜시리 가슴이 벅차오른다. 알찬 시내 투어를 마치고 자리에 누어 오늘 하루를 되뇌어본다. 그런데 아까부터 따라다니는 이 깨림직한 기분은 무엇인지. 멋있기는 한데 뭔가 답답하고 상투적이다. 이상스레 아까 잠시 봤던 고시촌과 모텔촌이 계속 눈에 밟힌다. 어디 그뿐인가. 생각해보니 여기가 한 민족의 수도역할을 500년 이상 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전통건축양식의 건축물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도 불에 탔거나 현대식 빌딩 사이에 숨막히게 위치해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언뜻 보기엔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세계화의 결과물로써 자랑스러워야 할 건축물들 같지만, 서양양식의 멋스러움을 추구하며 철저한 자본논리로만 지어진 한국의 건축물. 덕분에 한국 전통건축양식은 실종된지 오래이고, 건축물 본연의 목적또한 상실되었다. 가장 한국스러워야 할 관공서 건물들은 서양 고전주의를 베끼느라 바쁘고, 고속철역사/영화관 등도 성급하게 하이테크 양식이니 헐리우드 양식이니하며 서양 것만 베끼기 일쑤. 대형 백화점과 할인마트들은 좀더 많은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 시민들이 문화활동을 하기에 가용한 땅들을 차지하기 바쁘다. 초고층 아파트는 더 심하다. 투기의 목적으로 지어진 이들은 심지어 창문도 활짝 열 수 없게 설계되었다. 아니 그래도 사람사는 곳인데… 건축 사대주의에 찌들 때로 찌들고, 건축무로가 사람간의 관계도 주객전도된지 오래이다.

    우리나라 건축의 현실태가 놀랍도록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지 아니한가? 세계화니 뭐니하며 맹목적으로 서양 것만 좇고, 서양 것을 익히느라 정작 소중한 우리것은 지나쳐버리기 일쑤이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발명된 화폐일진데 이미 돈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인생에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 버렸다. 이놈의 돈을 위해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가기까지한다.

    건축 실태를 통해 우리 사회를 궤뚫어보는 임석재 교수의 통찰력은 놀라울 정도다. '건축, 우리의 자화상'이란 제목 또한 다시 보니 현명함이 넘쳐난다. 그런데 건축물이 사회의 반영물이라면 한 가지 딜레마에 봉착한다. 한낱 건축문화를 개선해나간들 사회의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것. 결과가 원인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이 논리가 다소 억지스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정부의 규제 하에 투기성 어파트 건설이 규제된다 할지라도, 돈이 삶의 목적이 되는 사회 풍토가 지속되는 한 다른 형태로 자본만능주의 풍토는 계속되지 않을까?

    건축무노하의 개선은 사회 특성상 일어나기 힘들지만 (어느 누가 소위 '목'에 위치해 있는 백화점들을 허물고 시민을 위한 박물관이나 광장을 지을 수 있을까?), 일어난다 해도 사회문제에 대한 임시방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일까? 임석재 교수가 책에서 제안하는 대안책들이 유독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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