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스타일 - 이서정, 그녀는 과연 행복했는가 이책어땠어?




<스타일, 백영옥著, 예담 출판사>

  아무것도 모르고 세계문학상 수상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책을 꺼내든 사람이라면 일단 실망부터 할 지 모르겠다.
이 상은 전세계적으로 단연 으뜸인 문학작품에 수여되는 상이 아니다. 세계문학상은 세계일보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으로서, 스타일은 제4회 '세계일보 주관'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착각을 할 사람이 몇 안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난 위의 사람 중 하나였고, 혹시라도 나같은 착각을 머릿속에 품고 지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글 서두를 적는다)
 
  위의 오해때문에 책을 집어든 게 후회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역시나 문학상 수상작답게 독자를 흡입시키는 적절한 매력들로 무장돼있다. 적절한 속도의 소설 전개, 적시적소에 배치된 반전들, 패션업종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그리고 외향만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등...
  소설의 주인공인 잡지<A>의 8년차 기자 이서정을 통해 패션잡지 기자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게되었고 이를 통해 평소 패션잡지에 가지고 있던 편견 (그저 발행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 글을 쓰고있다)도 어느정도 줄었다. 역시 책의 간접체험의 효과란 대단한 것이리라.

  내가 꼽는 훌륭한 소설의 조건엔 간접경험의 효과 외에 독자적 상상력의 극대화가 있다. 소설의 열린 결말을 통해 독자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소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난 '스타일'에서 주인공의 꿈에 대해 독자적 상상력을 발휘해보았다.
  패션잡지 기자로 있는 이서정의 꿈은 드라마 작가이다. 그녀가 잡지기자를 하는 이유도 나중에 드라마 작가가 되었을 때 필요한 연애인 인맥 형성과 드라마를 쓰는데 필요한 '갈등'이란 심리요소를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서다. 기자일이 버거울 때 과감히 사표를 쓰고 드라마 작가 학원에 등록하는 서정의 모습은 꿈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실히 나타낸다 (참고로 서정은 사표를 4번이나 썼지만 4번 모두 편집장의 권유로 회사로 복귀한다).
  그랬던 그녀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패션 잡지 기자일을 계속하면서 '내 꿈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위치한 바로 이곳에 존재한다'라는 독백으로 꿈에 대한 항해에 실질적인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무엇이 그녀를 현재에 안주하게 만들었는가? 답은 바로 일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A>잡지 편집장인 김혜숙은 이서정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4번이나 준다. 이서정이야말로 <A>잡지를 이끌 차세대 에디터란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서정이 마지막으로 사표를 낼 땐 이를 거부하고 현재보다 더 높은 직위인 차장자리를 오퍼한다. 주인공은 이미 발을 빼기가 늦었다. 7년간 동거동락해온 팀원들은 이제 그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편집장은 어려운 회사 사정을 핑계로 서정의 일에 대한 책임의식을 부추긴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서른 한 살, 이젠 무모한 열정보단 안정을 찾기 시작할 시기다. 기자이길 선택하고, 평생의 꿈은 묻어놓는다.
  '패션잡지에서 내 글을 보고 기자의 꿈을 키울 청소년들을 위해 오늘도 난 최선을 다해 글을 쓴다'라며 애써 자신을 위안하지만, 그녀의 독백은 나에겐 안쓰럽다. 이서정은 승진했고 과거의 오해도 풀었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만남을 지속한다. 스타일은 겉보기엔 해피앤딩이다. 그러나 그 이면엔 서정의 꿈과의 작별에 서글퍼하는 독자들도 있을을 잊지 마시길...

덧글

  • 나스타 2009/07/06 08:58 # 답글

    세계문학상을 처음 접했던 게, 1회 수상작인 미실인데, 그때 저도 상 이름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ㅎㅎㅎ 지금까지 3회 수상작인 슬롯을 제외하고는 전부 소장 중이네요.
    소설은 칙릿의 가장 기본 적인 공식들을 잘 따라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드라마는 기대 안 되세요?
  • 나스타 2009/07/13 05:55 # 답글

    휴가 나오셨나봐요...좋은 시간 보내시고 복귀하세요... 장마 기간이라, 수해 복구 작업에 나가실지도 모르실텐데, 나가시면 몸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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